“우리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다시 말해 우리가 선호하는 것은 확실한 '소수 의견'들이다.따라서, 우리는 차라리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시작한다.세상은 언제나 그리고 이미 '다수 의견'이 지배하므로 세상이 우리를 싫어할 것은 자명하다.”

이 도발적인 문구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웹진으로 기록되는 <스키조>의 창간문이다.<스키조>는 국내 인터넷 역사를 쓴다면 당연히 기념비적인 문화 유산으로 기억될 만한 웹진으로 평가된다.한국 인터넷이 대중화의 첫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던 1996년 5월에 등장했으니 인터넷 대안 언론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들이 세상을 향해 내뱉었던 문제 의식 역시 신선함 그 자체였다. 섹슈얼리티·동성애·백수·아줌마·육체·음모론 등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큰 관심이 기울여지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회피되었던 주제들이다.창간문에 밝힌 그대로 ‘확실한 소수 의견들’이었다.그들의 도발적 문제 제기는 문화비평계에 새로운 충격을 던져 주었다.이 주제들이 오늘날 학계와 문화계에서 비중 있는 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스키조>의 문제 제기가 얼마나 앞섰던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도발적 문제 제기로 문화비평계 강타

하지만 <스키조>는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약 2년 만에 제24호를 끝으로 발행이 중단되었다.초창기 네티즌들이 아쉬워했던 것은 물론이다.게다가 그동안 발행되었던 <스키조>의 흔적조차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점이다.폐간된 종이 잡지는 도서관에라도 보존되지만 무형의 디지털 잡지는 데이터가 사라지면 사이버 공간에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초창기 네티즌의 기억에만 남아있던 <스키조>의 일부가 얼마 전 다시 복원되었다.정보트러스트센터(www.infotrust.or.kr)가 디지털 문화 유산 복원 보존 프로젝트 제1탄으로 내놓은 성과물이다.

정보트러스트센터는 인터넷 상에서 사라져가는 가치 있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복원과 보존을 주창하며 사이버문화연구소·함께하는시민행동·다음세대문화재단·진보네트워크·정보공유연대·문화개혁시민연대 등 여섯 단체가 주축이 되어 2004년에 결성한 조직이다.지난해 미디어다음과 공동으로 ‘이제 디지털도 역사가 됩니다’ 캠페인을 통해 네티즌 참여로 국내 인터넷 연표를 만들어 발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디지털 유산 복원 보존에 나선 것이다.

이번의 <스키조> 복원은 총 24호 중 초창기 편집장을 맡고 있던 문화평론가 손동수씨가 개인적으로 CD에 보관하고 있던 창간호~제12호 자료를 정보트러스트센터에 기부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복원된 <스키조>를 만날 수 있는 인터넷 주소는 www.schizo.webarchive.or.kr.

이와 함께 정보트러스트센터는 6월6일까지 ‘스키조를 아시나요’ 캠페인을 진행한다.이번 캠페인 기간에 ‘스키조에 대한 추억담 쓰기’ ‘스키조를 처음 본 소감문 쓰기’ 같은 이벤트를 통해 디지털 유산 보존의 필요성을 사회에 널리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동시에 이번에 복원하지 못한 <스키조>의 나머지 자료들을 공개적으로 발굴하는 작업과 함께 당시 <스키조>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계획이다.또한 6월2일에는 과거 <스키조> 편집진과 문화평론가 들이 모여 ‘웹진에서 블로그까지, 인터넷 미디어 10년을 진단한다’는 제목의 공개 좌담회도 열린다.

이미 미국에서는 2001년 ‘인터넷 아카이브’(www.archive.org)라는 비영리 재단이 설립되어 디지털 유산 복원과 보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인터넷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이번 <스키조> 복원은 단순히 과거에 존재했던 웹진 하나를 복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인터넷 역사를 복원하는 본격적인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민경배(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시사저널

트랙백 주소 :: http://www.daumfoundation.org/new/contents/news/trackback/16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