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에르덴죠 사원과 간단사원
하르호름의 아침은 매섭게 부는 바람과 함께 시작되었다. 아침식사는 서양식과 몽골식이 뒤섞인 간단한 음식으로 제공되었다. 우리 일행은 몽골 최초의 불교사원이라 불리 우는 에르덴조 사원으로 향하였다. 켐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초원위에 세워진 사원은 너무나 이색적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너른 초원만이 펼쳐져 있는 곳에. 저런 사원을 짓기 위해서 어디서, 어떻게 건축자재들이 조달되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에르덴조 사원은 무엇보다, 사원에 들어서기 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원을 바라보면 마치 작은 성채를 연상케 한다. 외부와 구별을 하기 위해 세워진 높은 담장들 사이사이에는 108개의 불탑이 담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흰색을 띈 모습은 짙푸른 하늘과 바로 이어지는 듯 하다. 청명한 하늘아래 바라다 보이는 에르덴조 사원의 자태는 그대로 뛰어난 작품이다.

에르덴조 사원, 108개의 불탑
안으로 들어서자, 한국불교사원에서 볼 수 있는 대웅전이라 할 만한 사원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양편으로 두개의 사원이 중앙 사원을 보좌해주고 있다. 우리 일행은 그 곳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불교적 예술품들과 불상들은 여는 불상처럼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에르덴조 사원은 세계 유네스코에 지정된 세계적인 사원에 속한다. 그런데 그 이름에 걸맞게 대접을 잘 못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되지 않은 주변 환경과 남루하게 보일정도의 내부 모습들은 과연 이것이 세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1586년경에 세워진 에르덴조 사원이 당시의 라마교 위엄을 나타내는 상징적 메카였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거센 풍파와 세속의 때에 그대로 노출된 이 사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한 적한 사원을 거닐고 있는 스님들의 표정도 옛 모습 그대로인 듯 역사의 흔적이 그들의 표정 속에 그대로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에르덴조 사원의 이미지는 나에게 소박, 섬세, 그리고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표정들이다.
반면, 울라바트르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는 간단사원은 에르덴조의 모습과는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다는 것. 그 사람들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소원을 빌기 위해 그 사원을 열심히 찾아와 기도를 하는데, 그 기도하는 방식이 여는 방식과는 다르다. 라마교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아래위로 고정된 원통을 한쪽 방향으로 돌리면서 기도를 하는 모습이다. 그 원통에는 라마교의 경전 구절이 새겨져 있는데, 이러한 풍경은 에르덴조 사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이용해서 무엇을 빌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간단사원의 특색 중에 하나는 불상이 입상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대웅전이라고 할 만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불상은 좌불이 아니고, 이십 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입상으로 우뚝 서 있다. 조금은 어두 껌껌한 중앙 자리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다소 낯설고 어색하게 보인다. 간단사원의 불상은 왠지 집속에 갇혀있는 듯 애처롭게 보일 정도다. 이것은 나의 편견이기도 하겠지만, 에르덴조의 좌상과 간단사원의 입상은 그 처지와 표정이 사뭇 달라 보인다.

도심에 둘려 쌓인 간단사원
초원의 한 복판에 있는 에르덴조 사원이 여유와 느긋함, 경건함이 엿보인다면, 도심 속에 있는 간단사원은 분주함, 사람들의 때 묻은 욕구들이 불상 앞에 모아지는 듯 하다. 어느 나라든 도심 속에 위치한 종교적 건물들은 이러한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늘 그래왔다던 것처럼, 종교의 순수성은 인간의 탐욕 앞에 얼룩을 남기면서 혼탁해지고 세속화 된다. 간단사원의 분주함과 세속적 냄새는 나로 하여금 종교가 잘못된 세속화의 발걸음을 빌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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