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문화의 차이, 빠스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는 단어 빠스, 잊고 싶어도 그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하고 의미 깊은 말이라서 나는 이 말을 아직도 품고(?) 있다.
하르호름에서 이틀째, 우리 일행은 몽골의 전통 유목생활을 이어가는 한 가정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미, 우리를 안내할 몽골 아주머니가 오셨고, 그 분과 함께 그곳으로 향하였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특별히 없는 듯 보였다. 그저 초원을 달리면서 어디쯤 있을까. 대략적으로 가늠해가며 찾아가는 듯 하다. 자동차 길이 거칠게 놓여있지만, 운전하시는 야요씨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한 참을 길 없는 길을 달리다가 마침내 한 유목 가정을 발견하였다. 바로 우리는 저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드넓은 초원 한 복판에 고독하게 서 있는 게르, 그리고 그 곳 사람들, 몽골을 직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날씨는 제법 싸늘하고, 하늘은 잿빛 얼굴로 찡그리고 있다. 맨 손을 내놓고 다니기에는 너무나 바람이 거세고 차다. 그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양떼들은 마른 풀을 뜯고 있다. 게르 안에 들어서자 이색적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유주를 담아놓은 통들, 그리고 나담 축제에서 우승한 매달과 사진들이 멋들어지게 중앙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갖가지 소박하게 정리해놓은 살림살이들이 자리에 맞게 정리되어 있다.

마유주는 나의 더부룩한 속을 풀어주었다.
우리들을 친절하게 맞이해준 주인집 아주머니는 얼굴이 둥근데다가 양쪽 볼이 불그스름하게 올라있다. 전형적인 몽골 유목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저씨들도 같은 모습이다. 함께 모여서 사진을 찍을 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일행과 어울린다. 그들은 그곳에서 몇 년 씩 살아간다고 한다. 가축 떼들이 다른 곳으로 움직일 때면 그들도 함께 새로운 초원으로 떠난다고 한다. 그들의 삶의 중심에는 가축이 있었고 가축의 자연스런 흐름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게르를 중심으로 빠스가 지천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무렇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손으로 만지기도 하고, 중요한 재료로도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게르 뒤편에는 마른 빠스가 가득 쌓여있는데, 올 겨울을 나기에는 충분 하리 만큼 모아져 있다.
빠스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똥’이란다. 그런데 그 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무 쓸데 없는 똥이 아니라 겨울을 나려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연료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빠스는 가축 떼들이 놓은 마른 배설물을 일컫는다. 잘 마른 배설물은 게르 중앙 안에 설치된 난로 안에서 훈훈한 열을 내면서 추위를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난로 위에는 유목민들이 먹을 음식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하니, 유목민들에게 빠스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활의 재료인 것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모아놓은 연료, 빠스
추운겨울을 나게 하는 빠스는 몽골 유목민들에게는 일반적이지만, 이방인들에게는 그들의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코드임에 틀림없다. 똥을 그렇게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들, 현대 문명에서 찾아보기 드문 이색적인 풍경이 아닌가.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다루지 않고 그에 걸 맞는 자리와 역할을 찾아 주는 유목민들, 그들이 초원에서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대접할 줄 아는 소박한 그들의 태도이다. 아마도, 올 겨울도 그들은 빠스로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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