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아가씨'나 ‘내 이름은 김 삼순 '같은 드라마가 나왔을 때 , ‘순풍산부인과'나 ‘안녕 , 프란체스카' 같은 시트콤이 등장했을 때 , 방송작가의 인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일상에 활력을 던져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일 수도 있고 “나도 저것쯤 만들 수 있는데 ... ”라는 본인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 어쨌든 우리가 TV,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들을 향해 안테나를 거두지 않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인기 직종으로 자리 매김한 지는 퍽 오래되었습니다 .
‘여성들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 덕에 글 솜씨 있고 끼 있는 여학생들은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직업인데요 . 방송작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단어 앞머리에 붙은 ‘방송'을 세분화해줄 필요가 있어요 .
기본적으로 방송은 TV 와 라디오로 나눠볼 수 있지요 . 최근에는 DMB 며 케이블 TV 며 뉴미디어가 하도 많이 등장해서 방송의 영역이 훨씬 넓어지기는 했지만요 . 그 중에서도 TV 는 드라마와 비드라마로 나눠볼 수 있어요 .
드라마는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를 가리키고요 . 비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닌 모든 것 - 토크쇼 , 다큐멘터리 , 버라이어티쇼 , 시트콤 등등 - 을 총칭해요 .
근데 왜 하필 드라마와 비드라마로 구분하는 걸까요 ?
드라마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김수현 씨나 노희경 씨 같은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 우리나라 드라마 창작 시스템은 미국과 달리 1 인 창작 체제이기 때문에 한 편의 드라마는 한 명의 작가로 말해진다고 볼 수 있어요 . 따라서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 그 드라마의 작가는 높은 명성과 수입을 얻게 됩니다 . 비드라마는 달라요 . 비드라마 분야는 대부분 참여하여 일하는 사람이 여럿인 공동 제작 시스템이고요 . 드라마 작가처럼 대본 쓰기에만 집중한다기보다는 PD 및 스탭과 함께 초반 기획에서부터 후반작업까지를 총체적으로 아우르게 되지요 . 흔히 구성작가라고 불리는 까닭도 사정이 이렇기 때문입니다 . 라디오의 작가들 역시 TV 구성 작가와 비슷한 일을 하게 됩니다 .

 
 

TV 와 라디오를 나누어 방송작가의 업무를 살펴볼게요 . 우선 TV, 그 중에서도 구성작가들은 일종의 직급 개념을 갖고 있어요 .
처음 일을 시작하는 작가들은 자료조사원 , 보조작가 , 스크립터로 불리며 말단 일을 담당합니다 . 이후 서브 작가가 되요 , 서브 작가는 말 그대로 서브 (sub), 메인 작가를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 각각의 코너를 맡아 진행하지요 . 가장 높은 사람이 메인 작가입니다 . 메인 작가는 그 프로그램의 총괄자예요 .
작가들을 관리하고 전체적인 일정을 조율합니다 . 프로그램의 기획에서부터 모든 작업을 PD 와 조율하지요 . 다큐멘터리의 경우 꼭지를 나눌 수 없어 서브 작가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

라디오 역시 똑같이 나누어지지만 그 역할이 조금씩 달라요 . 우선 막내 작가들은 사연 정리나 전화 연결 , 일반 출연자 섭외 등을 맡게 되고요 . 운이 좋으면 주말 코너 하나 둘을 맡아 실력을 내보일 수 있게 되지요 . 서브 작가가 되면 코너를 맡게 됩니다 . 요일별 코너를 담당하거나 매일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특정 코너를 담당합니다 . 메인 작가는 오프닝을 맡고요 . 클로징의 경우는 프로그램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 라디오용 드라마나 꽁트는 거의 메인 몫이고요 . 기타 전반적인 총괄 역시 메인 작가가 하게 되지요 .

라디오에서는 개편하기 한 달 전부터 다음 개편에 들어갈 프로그램의 틀을 짜는 회의를 해요 . 미리부터 준비해두는 거죠 . 어떤 코너를 할지 , 이야기하는 톤이나 방향은 어떤 식으로 갈지 , 각 코너의 길이는 어떠할지를 PD, 작가들이 모여 상의하게 됩니다 . 전반적인 내용이 결정되면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고 PD 와 진행자는 프로그램 녹음에 들어갑니다 .

TV 의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의 경우도 틀 짜는 회의를 가장 먼저 하고요 . 이후 코너에 성격을 부여하는 회의를 하면서 촬영이 필요한 장면이 있다면 야외 촬영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 작가가 촬영구성안까지 작성하는 경우가 많고요 . PD 가 촬영을 나간 동안 작가들이 각 코너에서 어떤 아이템을 채택할 지를 정해서 섭외에 들어가죠 . 섭외는 사람이든 장소든 무엇이든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가능한 한 자세하게 아이템 내용에 대해 기초 취재해두는 것도 필수입니다 . 촬영팀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테입을 훑는 일 역시 작가의 몫입니다 . 흔히 이러한 ‘프리뷰'를 위해 고용하는 인력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 프리뷰를 마치면 작가는 내용을 인식한 상태에서 글을 쓰고 PD 는 편집을 시작합니다 . 어떤 프로그램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고정 프로그램의 경우 1 주일 정도 제작 기간이 걸리고요 , 특집 다큐멘터리나 행사의 경우는 짧게는 1 달에서 길게는 1 년도 넘게 준비하기도 합니다 .  

 
 

2004 국정감사에서 이경숙 국회의원이 다음과 같이 소리높인 바 있어요 . “방송제작 참여인력 중 유일하게 여성지배적 직종인 방송작가가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어 일을 계속 해나갈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요 . 경력 5 년차 방송작가도 근로 계약 기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4 대 보험이나 식비 , 퇴직금 , 월차수당 등은 아예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래요 . 실제 방송작가들은 6 개월에 한번씩 돌아오는 개편 즈음엔 긴장할 수밖에 없답니다 .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이런 상황을 미루어볼 때 ‘하기 나름'이란 말은 방송작가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여요 . 자기의 능력에 따라 ,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나 연봉이 결정되니까요 . 깜짝 놀라셨나요 ? 드라마 작가들의 역대 봉급을 떠올리신 건가요 ? 하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은 높은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 1~2 년차의 경우 120 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의 임금을 받게 되고요 . 8 년차부터 13 년차 정도의 중견 작가들이 한 달에 약 240 만 ~350 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습니다 . 액수만 놓고 보면 다른 직업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 13 시간 이상 근무 , 밤샘작업까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 더군다나 일반 사무직처럼 연차 개념이 없어 경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연봉이 오르지 않아요 . 그래서 나이가 들면 그만두는 사람들도 꽤 되는 편입니다 . 특히 TV 의 경우 10 년 채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 직접 제작사를 차리거나 프로덕션으로 자리를 옮겨 ‘본부장'등의 직함을 달고 프로그램의 질을 관리해주는 일 혹은 홍보대행사 등으로 진로를 찾는 것이죠 .

그러나 보고에 따르면 방송작가들의 직업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에요 . 적성에 맞아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란 이야기도 있고요 .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면 인정받으면서 일할 수 있겠죠 ?

 
 

방송작가가 될 수 있는 길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은 각 방송사의 아카데미나 방송작가협회의 연수과정을 밟는 것입니다 .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나서 혹은 학기 도중에라도 방송사에서 나와 직접 사람을 뽑아가기도 하지만요 . 물론 아카데미를 수료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 하지만 네트워크나 구직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체계적으로 전문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



두 번째 길은 인맥이이에요 . ‘인맥도 능력'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어려운 일이겠죠 . 인맥이 있다고 해도 실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란 사실을 기억하세요 .

세 번째 길은 스스로 찾는 방법이에요 . 자신이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은 기존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열심히 듣고 보세요 . 그렇게 모니터한 내용을 가상의 코너에 대한 기획안과 함께 프로그램측으로 보내보세요 . 의외로 방송작가집단 역시 좋은 작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답니다 .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면 1 년에 한번 있는 방송사별 드라마 작품 공모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고요 . 구인구직 사이트를 두드려보는 것도 길이 될 수 있어요 .

방송작가가 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능력은 단연 글쓰기겠죠 . 하지만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방송작가가 글만 쓰는 직업은 절대 아니랍니다 . ‘글을 쓰고 싶다면 순수문학을 하라'고 말하는 작가들의 말을 그냥 흘려 넘겨서는 안되겠죠 ? 체력도 중요해요 . 밤새는 날이 많고 PD, 스탭들과 함께 발품 팔아야 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거든요 . 우리가 하하호호 웃으며 보는 시트콤 ! 맛깔나는 대사들과 톡톡 튀는 어록으로 가득한 드라마 ! 이런 프로그램의 뒤에는 유독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작가들이 많다고 해요 . 김수현 작가 역시 ‘ TV 는 심심할 때 보는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요 . 사실 TV 의 기능 중 오락 , 기분전환의 기능을 빼놓고는 이야기될 수 없겠죠 . 휴식을 위해 보는 TV 에서 줄곧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내용만을 다룬다면 누가 TV 를 보고 싶겠어요 ? 톡톡 튀는 아이디어 ,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 모두 방송작가의 기본입니다 .

 
 
TV 다큐멘터리 및 교양 영역에서 10년간 활발하게 활동해 오셨고 현재는 KBS 라디오의 <심야의 클래식> 방송을 맡고 계신 박나경 방송작가님과 함께 방송작가에 대한 생생한 수다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바쁜 와중에 나오신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어요.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 좀 부탁드려요.
네, 저는 KBS 1FM에서 <심야의 클래식>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KBS 1FM 방송만의 특징인 것 같은데 생방송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제가 꼭 현장에 있어야 될 필요는 없어요. 원고 보내고 1주일에 2~3번 정도만 방송국에 나가고 PD와 조율하고 하죠. 오늘은 일이 다 끝났어요^^
 
TV에서도 일해보신 적이 있고 라디오에서 일해보신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일하실 때 둘 사이에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저는 TV로 시작해서 라디오로 옮겨온 케이스인데요. TV는 같이 일하는 스탭들과 부딪히는 부분이 라디오보다 많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듀서, 카메라맨 등등 많은 사람들과 수시로, 순간순간 협업해야 하니까요. 라디오의 경우 틀만 갖춰지면 각자 맡은 바대로 일하면 되는 데 말이죠.
 
장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PD들만 해도 월급쟁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요즘은 들어요. 윗 사람들 있으니까 조직의 구성에 따라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맡아야 될 때도 생기잖아요. 작가인 저는 제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취사 선택해서 맡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다른 프로그램을 맡을 때 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 가늘게나마 계속 공부할 수 있고 사람들 많이 만나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래요.
 
보람 및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세상일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관심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싶겠죠.
꼭 내가 직접 뛰어들지 않는다고 해도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요즘 영상세대들은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 세상과 부딪혀보는 방법을 많이 택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술은 일하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우선은 학생이니까 질적, 사회적인 자기 기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해요.
책을 많이 읽고, 낯선 사람이나 사안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SBS 방송아카데미, www.sbsac.co.kr
MBC 아카데미, www.mbcac.com
KBS 방송아카데미, www.kbsacademy.co.kr
SBS 구성작가협의회, www.sbswriter.com
MBC 구성작가협의회, www.mbcwriter.com
KBS 구성작가협의회, www.kbswriter.com
한국 방송아카데미 www.kbatv.co.kr
한국영상방송아카데미 www.kacademy.co.kr
한국방송작가협회 www.ktrwa.or.kr

김미라 , 고혜림 , < 방송구성작가 입문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4
이승은 , < 방송작가 날마다 시트콤 가끔은 쇼 >, 금토 , 2001
한정영 , < 작가가 되자 : 소설가 , 시인 , 아동문학가 , 극작가 , 방송작가 >, 녹진 , 1994
이미애 , < 방송작가로 가는 길 >, 바다출판사 ,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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