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에 지식채널 e’를 봤을 땐, 우리나라 프로그램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련된 화면과 영상, 그 사이사이에 검은색 화면으로 처리되어 떠오르는 하얀 색 글자들. 5분 동안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그 영상은 강렬한 느낌을 줬고 끝나고 나서는 숨을 길게 내 쉬도록 만드는 긴장감이 있었다. EBS에서 시작된 지식채널 e’는 그렇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400회까지 달려왔다. 이 프로그램이 기획될 때부터 현재까지, 시작되고 자라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 온 진혁 PD 2 19일 오후, EBS 본사 1층 카페테리아에서 만났다.

 

프렌토(이하 프): 맨 처음에 지식채널 e’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진혁 PD(이하 김): 당시 편성 팀에서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중간에 들어가는 짧은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캐나다의 ‘온타리오 TV’에서 현재의 지식채널 e’의 어떤 모태가 된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것을 가지고 현재의 모습까지 발전을 시켰습니다. ‘온타리오 TV’에서 참고한 영상의 경우 좀 짧고, 예고편과 같은 성격이 강하죠. 오피니언 적인 부분도 없었구요.

 

: 이름이 왜 지식채널 e’가 되었나요?

: 저희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포함 된 것 자체가 채널 이미지 제고라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EBS라는 의미에서의 e라는 것이 포함 되었구요. 그리고 EBS가 수능 방송이라는 이미지에 얽매여 있다 보니까 그것에서 확장 시켜서 말 그대로 지식채널이다 라는 이미지를 강화 하기 위해서 그렇게 된 거죠.

 

: ‘지식채널 e’가 만들어 지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 담당 작가가 6명 이고, PD는 저를 포함해서 두 명 이었는데 이번에 편성이 달라지면서 저 혼자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일주일에 세 편 정도 방영이 되었다가, 한 편이 줄어 두 편이 방영 될 거구요. 한 주에 두 명의 작가가 투입이 되어 만들어 집니다. 보통 작가 한 명이 한 가지 아이템에 대해 약 3주의 시간을 갖고 발전시킵니다.

 

: ‘지식채널 e’는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 아이디어는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부분에서 얻고 있구요. , 영화를 비롯해서 종류를 가리지는 않아요. 일반 방송들이 만들어 지는 것처럼 1주일에 1회 정도의 회의를 통해 아이템이 만들어 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꼭 그것이 얽매이는 것은 아니구요. 시시때때로 아이템이 생기면 발전시키고 활용합니다.

 

: 홈페이지에 시청자 게시판이 있던데, 아이템들도 많고 의견들도 많더라구요.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참고하시나요?

: 시청자의 반응은 항상 중요하게 모니터 하는 부분입니다. 보통 다 읽어보고, 혹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개인 블로그나 카페 자료들도 유심히 살펴 보는 편이고요. 사실, 시청자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은 사실 많이 반영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게 아이템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저희는 다른 사람들이 다루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많이 다루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자체가 아이템이 되는 경우는 없어도, 아이디어로 발전될 여지나 부분들은 충분히 있죠.

 

: 사람들이 지식채널 e’가 방영되는 5분이 지나고 난 뒤에, 어떤 점을 느껴줬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 아이템에 담겨져 있는 지식의 핵심을 제작진들이 최대한 잘 전달하고, 그 점에 대해서 시청자 분들 역시 그대로 잘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제작진의 의도라는 건 사실, 그 아이템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도라고 생각 하죠. 내용은 선정된 아이템이 갖고 있는 진실을 잘 그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구요. 진실이라는 것이 단순한 사실, 팩트(fact)가 아니라 어떤 것이 갖고 있는 다양한 사실들을 충분하게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일단 그것으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졌으면 좋겠어요. 꼭 책을 보고 명상을 하고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된다기 보다는, 그런 것도 좋지만 편하게 5분 정도 영상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무엇이 생기면 좋겠죠. 계속 생각만 할 수 있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포맷 자체는 많이 바뀌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지식채널 e’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는 시각은 무엇인가요?

: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보는 거죠. 누가 다루고 안 다루고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원래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그런 것이 사실 알려질 때는 원래대로 알려지지 않을 때도 많이 있으니까요. 새로운 것을 발굴한다는 느낌 보다는 그 원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놓치는 것을 챙기는 부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대신 저희가 어떠한 것을 강요하거나, 내지는 지식만을 전달하려고 하거나 한다면 그건 더 이상 지식채널 e’가 아니라고 보는 거죠.

 

: ‘지식채널 e’는 편집이 상당히 돋보이는데요, 편집에 대한 원칙 같은 것이 있을까요?

: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죠.

 

: 사람들의 인식에 ‘TV’는 상당히 평가 절하 되고 있는 면이 있는데, 좋은 TV가 재미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하시나요?

: 그럼요. 재미의 요소라는 건,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영화 [트랜스 포머]도 재미있는 거구요, [쉰들러 리스트]도 재미있는 거죠. 소위 우리가 재미라는 것에 가장 비판적인 지점은 선정성인데요. 선정성이라는 것도 내용의 선정성이라는 것이 있고, 음악의 선정성이라는 것도 있고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세련됐다라고 하는 영상들도 보면, 사실 굉장히 선정적인 것이거든요. 선정성의 지점이 어디냐, ‘재미의 요소가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겠죠.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선정성이냐, 아니면 그저 잠깐 더 보게 하고 내용을 왜곡하는 선정성이냐의 차이겠죠.

 

: 음악의 선정이 돋보이던데, 그 음악을 선정하시는 기준이 있나요?

: 딱히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구요. 일단 대 원칙은 내레이션이 없는 자막이기 때문에,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 내래이션은 사실, 그 음성을 집어 넣는 사람의 감정이 포함되잖아요. 하지만 자막의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 감정적인 부분을 보완을 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 ‘지식채널 e’가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다양한 장르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식채널 e’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라면요?

: 일단은 메시지가 있는 게 중요하구요. 그리고 그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본인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 화두이면 된다고 생각 합니다. 또 형식은 겉으로는 다양하게 보이지만, 담고 있는 가치 자체가 다큐멘터리 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정의를 하자면 다큐멘터리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 ‘지식채널 e’가 말하는 진정성이란 무엇일까요?

: 아이템의 진정성이죠. 제작진의 진정성이 아닌, 아이템의 진정성.

 

: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는 데에 대한 어려움이라면 어떤 걸까요?

: 제일 힘든 점은 아무래도 아이디어죠. 저희 프로그램의 제작 시스템을 지켜보면, 광고와 흡사한 지점이 굉장히 많아요. 명확한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가지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서 일목 요연하게 밀고 나가는 부분 보다는, 우연성이나 재기 발랄함, 직관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죠. 시간과 사람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인원과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아이템이 나오고, 검증할 수 있으니 좀 더 좋은 질의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겠죠. 아무래도 그런 쪽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이 좀 어려운 면이라고 할 수 있죠.

 

: 이제껏 400여 편의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과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면요?

: 모든 에피소드가 다 아쉽고, 다 만족스럽고 그런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다 열심히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 애정이 있죠. 시청자 반응이라는 기준을 놓고 봤을 때는,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이 가장 반응이 좋았고, 반응이 안 좋았던 건... 많죠.(웃음) 아쉬운 거라면 제작진이 욕심을 너무 냈을 때, 말하자면 너무 전위적인 에피소드가 나가서 반응이 좀 약할 때는 그렇게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있죠.

 

: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같이 사실 어떠한 문제로 가치를 정해버릴 수 없는 경우는, 이야기를 풀어낼 때 어떤 의도를 갖고 풀어 내시는 편인가요?

: ‘보여주는 것이죠. 그냥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 보여주고, 그 화두를 던지는 거예요. 저희가 말하는 생각하는 힘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런 지점인데요, 시사 프로그램이었다면 해결안까지 제시를 해야 맞겠죠. 물론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욕심이 나는 경우는 있죠. 하지만 사회에서 봤을 때, 어떠한 것을 하자하는 목소리가 부족한 건 아닌 것 같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면을 보여주는 것이 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화두를 던지는 것 자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 혹시 지식채널 e’를 통해서 꼭 하고 싶은, 해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 일단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대 정신이예요. 뭐라고 정확히 이야기 할 수는 없더라도, 동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만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저희가 이제 열심히 고민해서 잡아내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박제 되어 있는 지식이 아니라 생동감 있는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죠. 그리고 일단 무엇보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거나 하는 건 안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재미를 갖고 가려고 하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장르적 확장을 적극적으로 많이 하려고 하고 있죠. 장르의 변화를 시도함에 있어서 굳이 어깨에 힘 주고 다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미디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 혹은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하는 데에 어떤 점을 갖고 있으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 주신다면요.

: 일단 편견을 갖고 무언 가를 바라보는 것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본인이 갖고 있는 정보를 항상 의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통이라는 것이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고, 이야기 하는 것인데 그 대상을 바라 보는 걸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편견이 있으면, 그게 어렵죠.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대화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제대로알았으면 좋겠어요. 지식이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게, 어떤 편견이 있어서도 안되지만 모든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서도 안 되는 거니까요.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게 지식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갖고 본인 스스로 판단을 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어요. 판단의 몫을 타인에게 떠 넘기지 않고, 본인이 판단을 하고 자기 주장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한 거죠.

 

 지식채널 e’라는 프로그램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수단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많은 TV가 그렇듯 혼자 떠들기만 하는 느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마치 우리가 김진혁 PD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것처럼 지식채널 e’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뷰 내내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내지는 생각을 구체화 시키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서 그의 답변을 들으면서 서서히 구체화 시켜 갈 수 있었다는 건 아주 특이하고도 좋은 경험이었다.

 

 약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인터뷰 동안, ‘지식채널 e’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그 지식채널 e’가 가진 의미가 요즘의 TV에 아주 절실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지식 채널e’만큼은 시대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든,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민경진

사진/김애영

 

* 참고 사이트 '지식채널 e' 공식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ebs.co.kr/homepage/jisike/index.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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