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 낯선 곳으로의 출발

인천공항에서 몽골항공기의 정비관계로 예정된 시간보다 출발이 지연되었다. 내심 예상 되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밤은 점점 깊어져가고 우리 일행은 약간의 긴장과 초조함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표정은 굳어져갔다. 그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지나자, 비행기는 몽골, 낯선 곳으로 향하였다.



우리 일행을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몽골의 차가운 겨울바람이었지만, 3시간 넘게 우리를 기다리며 맞이해준 빌렉씨와 아요씨의 넉넉한 마음만은 따스하게 다가왔다.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지나서야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르로 진입하였다. 도시는 깊은 잠을 자고 있었고 간간히 보이는 불빛이 이곳이 도심임을 알려 주었다. 이른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한 우리 일행을 맞이한 것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매연이었다. 이 매연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벼운 의문을 품고, 아침부터 시작되는 일주간의 낯선 몽골여행을 기대하며 몽골의 첫 밤을 보냈다.



2. 하르호름, 그 길을 가기 전에

울란바트르 아침은 스산해 보인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얼굴을 옷깃 속으로 넣은 채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거리를 활보하는 미니버스 봉고는 어딘가 어색한 표정으로 가득채운 사람들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한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도시 거리를 누비고 다녀서 그런지 사람들, 그리고 낯설게 앉아있는 건물들, 자동차들 모두가 겨울을 겸손히 대하는 듯 하다.



우리 일행은 하르호름으로 출발하기 전에 시내에 있는 슈퍼에 들러 먹을 간식을 사가지고 출발하기로 했다. 슈퍼 앞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제법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공중전화인데, 부스 안에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일반전화기를 들고 있는 풍경 이었다. 전화선이 없는 무선 전화기. 몽골 사람들은 전화요금을 주고 자연스럽게 전화선 없는 전화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일명, 몽골용 공중무선전화기 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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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중전화기

 울란바트르 시내를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도시 경계지점에 우뚝 서 있는  화력발전소였다.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도시를 덥고 있었다. 그 희뿌연 연기가 울란바트르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었던 것이다. 지난밤에 케케한 냄새를 냈던 주범이기도하다. 울란바트르 사람들은 그것을 감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나 당연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일까? 어떤 특별한 대책이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일이기도 하다. 이미 선진국은 그러한 경험을 거쳐 온 셈이니 당연히 여길 만도 하다. 몽골의 문명이기를 움직이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분명한데, 어쩐지 씁쓸한 생각이 스쳐간다.



몽골도 여는 나라와 다르지 않게 세계화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움직임을 시대의 흐름이라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현실이 그리 녹녹치 않다.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몽골의 순수한 자연을 훼손하고, 몽골 사회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으니, 그리 반갑게 맞이할 일만은 아니다. 정작 그들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드는 의문과 걱정이 앞서게 된다. 아니면 알면서도 경제적인 가난을 넘어서기 위해 약간의 고통을 겪고 감내하는 것일까. 다만, 이러한 판단은 그들 스스로가 내릴 일이지만, 못내 드는 나의 생각은 안타깝게만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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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문명의 원동력 화력발전소



그래서 그런 것일까. 도시는 화려하지만 그 속에 움직이는 흐름은 우울하기만 하다. 도시의 생리를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그 우울증을 경험하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소비문화의 현란한 유혹은 우리 모두를 깊은 늪 속으로 유인한다. 결국, 이러한 소비문화를 빠르게 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산업구조인데, 몽골의 울란바트르도 그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지만, 울란바트르는 거리에 여기저기 서 있는 허름한 건물들처럼 위태위태해 보인다. 다만, 나는 이것이 가벼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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