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드넓은 초원으로 접어들다



우리 일행은 울란바트르를 뒤로 하고 하르호름으로 출발했다. 하르호름을 가는 길에 대하여 들은 것은 길이 험해서 장시간 동안 가기가 무척이나 고생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정보는 너무나 잘못된 정보였다. 초원을 가로지르며 길게 나 있는 길은 아스팔트가 깔려 있었고, 다만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이 흠이었지만, 차량으로 장시간 동안 가더라도 별 어려움 없는 길이다.



하르호름으로 가는 길로 점점 들어설수록 날씨는 가을의 상큼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울란바트르 도시에서 느끼는 회색 빛 하늘과는 너무나 달라 보인다. 하늘은 짙푸르렀고 땅을 덮은 초원은 황금들판처럼 반짝인다. 나지막한 잡풀들은 억새지 않았고 부드러운 솜털처럼 낮게 앉아 바람을 즐기고 있다. 어떻게 한 나라 안에 이렇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할 정도로 울란바트르의 도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 몽골의 멋은 바로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바로 이 맛을 보려고 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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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몽골 초원은 황금비단을 깔아 놓은 듯 하다.

우리가 몽골로 출발하기 전에 들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몽골의 겨울은 너무나 춥기 때문에 볼 것이 없다’느니, ‘여름에 가야 몽골의 제 멋을 볼 수 있다’느니... 이러한 말들이 얼마나 맹랑한 소리인지 드넓은 대초원을 보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다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초원의 색깔의 차이일 뿐. 겨울에는 누런 황금색의 중후한 색조를, 여름에는 녹색의 생기발랄한 색조를.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 뿐 다른 것은 없다. 이것이 몽골 대초원이 주는 멋이기도 하다.



4. 고독한 초원의 지킴이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을 한 참 동안 달리다보면 시간의 흐름이나 개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단지, 초원에 내리쬐는 햇빛의 표정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 광활한 초원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유로운지 모른다. 그곳에서 유유히 거닐며 풀을 뜯고 있는 양, 소, 말, 낙타의 무리를 보면 시간은 한갓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족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축 떼에게는 땅의 경계가 없다. 주인 없이도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와 흐름을 알고 있다. 흐름 속에 자신들을 맞기며 시간으로부터 탈출한 것이다. 길옆으로 보이는 양, 말, 낙타, 소 떼들이 초원의 자유로움을 유일하게 맛보며 살아가는 듯 하다.



지루할 정도로 먼 길을 가다보면, 만나는 또 한 친구가 있다. 간간이 나타나는 길옆의 마을들은 마을이라기 하기에는 너무나 허름하면서도 소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 소박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고독하면서도 의젓한 개를 만나게 된다. 여느 개들과는 다르게 몽골의 개는 낯선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되 소란을 떨지 않는다. 우리 일행이 잠시 쉬기 위해 멈췄던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그 개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참으로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점잖고 의연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경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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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의 개는 낯선 사람을 낯설게 맞이하지 않는다.


몽골의 초원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오히려 사람보다는 그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양, 소, 낙타, 말, 개 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니, 더 분명히 말하자면, 그들이 몽골의 대초원을 지키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게한 주인공들이 아닌가. 초원길을 달리다 보면,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가축 떼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것 또한 몽골의 초원이 품고 있는 멋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조금은 별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장시간을 가다보면 인간의 생리적인 현상 앞에 직면하게 된다. 길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대소변을 해결할 수 있는 허름한 화장실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놓았다. 주인도 없고,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익명의 화장실. 우리 일행은 문명인답게(?) 화장실을 찾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대초원에 그대로 방료해도 되는 것을... 그래도 문화인(?)이라는 코드를 품고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그러지 못한 것이다. 화장실의 구조는 아주 간단했다. 땅을 깊게 파고 널빤지와 벽을 만들어 안을 보지 못하게 하고, 그 위로 지붕을 비스듬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사람이 올라서서 볼일을 볼 수 있도록 널빤지를 살짝 올려놓았다. 잘못하면, 볼일을 보다가 널빤지가 부러지는 경우에는 그대로 떨어지는 구조이다. 혹이라도 이러한 초절전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급하다고 덥석 들어가지 말고 한 번쯤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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