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문명을 나누는 전신주와 화물차

울란바트르에서 하르호름으로 가는 긴 여정 속에서 함께 따라다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신주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기는 하지만, 도시에서 보는 전신주와 대 초원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전신주는 남다르게 보인다. 전신주의 생김새가 나의 눈을 사로잡는다. 초원 위에 세워진 전신주는 나무통을 이용해서 만든 것인데, 바로 땅바닥과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멘트 기둥을 땅에 먼저 세우고 그 기둥에 튼튼하게 쇠줄로 묶은 형태이다. 왜 그렇게 설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전신주 나무통을 그대로 땅에 세우면 짐승들이 갉아 먹을까봐 저런 모양으로 세우는 것’ 일거라는 얄팍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몽골 초원의 전신주는 보통 전신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몽골 초원에서 만나게 된 전신주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대초원에 검은 나무통이 전깃줄을 매달고 즐비하게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기도 하지만, 저것을 통해서 도시의 문명이 그 먼 시골 마을 까지 전달된다는 생각이 들자, 인간이 갖고 있는 문명의 욕구라는 것이 얼마나 집요하게 작용하는지 느끼도록 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초원위에 세워진 전신주는 도시에서 본 전신주와는 다르게 소박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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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에너지를 나르는 전신주



문화와 문명이 전달되는 소통으로써의 매체는 전신주뿐만이 아니다. 어디선가 낡은 트럭을 이따금씩 보게 되는데, 우리 일행을 가이드 하는 빌렉씨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제 트럭’이라고 한다. 그 트럭을 통해서도 도시와 시골은 서로의 문화와 문명을 소통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울란바트르에서 하르호름으로 가는 길에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주 가끔씩 한두 대씩 지나가는 정도인데, 그 중 러시아제 트럭은 독특한 이미지와 의미를 주면서 내 기억에서 살아난다.



6. 음식, 문화코드의 바로미터 

오전 10시30분경에 울란바트르를 떠난 우리 일행은 무려 8시간이 넘게 달려와서야 하르호름에 도착하였다. 하르호름의 정취는 고즈넉하다. 이미 밤이 내려앉은 마을은 행인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마을은 주로 나무로 만든 판자집이 제법 질서를 지키면서 자리하고 있고, 골목길은 널찍하고 시원스럽다. 13세기 이곳이 몽골제국의 수도라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게 보인다. 칭키스칸의 옛 정취와 기상은 지난 역사 속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것일까.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게르 캠프장에서 우리 일행은 짐을 풀었다. 이곳에서 우리일행은 이틀 밤을 지내고 떠날 참이다. 장시간 여행을 한터라 피곤도 하지만, 식욕은 당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에 준비될 몽골식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저녁 메뉴는 허르헉. 몽골에 오기 전부터 음식에 대한 걱정을 내심하고 이었다. 입맛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이 고추장이다.



나라별로 음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맛과 향 또한 그러하다. 그마만큼 음식은 그 나라의 특성을 담아내는 문화적 코드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어떤 음식을 먹는 가에 따라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도 그것을 따라가게 마련이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먹는 음식에 따라 집안 냄새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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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


2박을 묵게 될 게르에 처음 들어서자 음식냄새가 그대로 코 속으로 들어왔다. 우유냄새와 고기 냄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냄새 같은데, 걱정해왔던 거와는 달리 큰 문제는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론 겨울 난방을 위해 피워놓은 장작 난로의 냄새가 게르안에 밴 음식냄새를 다소 가시게 하는 듯 하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한 곳에 모였다. 마침내 준비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보기만 해도 푸짐해 보인다. 양고기로 만든 음식인데, 숯불에 구은 듯한 훈제 냄새가 약간씩 나면서 양고기 특유의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허르헉은 몽골전통음식인데, 일반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라고 벨렉씨가 친절하게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허르헉 음식이 나오면서 손바닥만한 뜨끈뜨끈한 검은 돌 몇 개가 함께 등장했다. 그 돌은 허르헉을 만들면서 불속에 넣었다가 꺼낸 것이라고 하는데, 기름이 반질반질 묻어 있는 듯 하면서도 냄새는 나지 않는다. 벨렉씨의 말에 의하면 그 돌의 온기가 사람에게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우리 모두는 열심히 그 돌을 손바닥에 넣고 비벼댄다. 그리고 허르헉, 양고기를 손으로 잡고 맛나게 뜯어 먹는다. 그날 밤 우리 모두는 허르헉을 뱃속에 넣고 몽골초원에서의 첫 밤을 무사히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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