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오늘은 베트남의 젖줄 메콩 델타를 찾아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호치민에서 가장 가까운 ‘미토’. 가는 도중 엄청난 교통정체에 묶이는 바람에 미토 강 선착장에 도착하기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가이드의 계속되는 이야기보따리 덕분에 지루한 줄 몰랐다. 베트남은 해발 0.5M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썰물과 밀물 때마다 물고기들이 드나들어 논이나 개천, 습지 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고기나 어패류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선전되는 맥주는 ‘타이거’라는 수입산 맥주이고, 각 지역마다 현지 브랜드 맥주가 있는데 호치민에서는 사이공 비어가 유명하다는 이야기, 전화기 보급률이 10~20% 수준인 상황에서 당연히 핸드폰 보급률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핸드폰을 가진 이들은 대개 회사에서 지원해준 것이라는 이야기, 아이들 수업은 아침 6시 50분에 시작되는데 오전 4시간 수업 후에 집에 돌아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 후 오후 1시 30분이나 2시에 오후수업을 한다는 이야기, 예전에는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배웠는데 90년대 말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 베트남 전통의상을 개조해서 만든 아오자이는 프랑스 디자이너가 설계한 것으로 여성의 몸매에 꼭 맞도록 한데다 얇은 실크천으로 만들어져 몸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음흉한 옷이라는 이야기,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긴 머리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됐다가 개방정책 이후에 허락되었다는 이야기, 한류열풍의 발원지인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이 되면 주부들이 TV에 빠져 동네에 밥 타는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으며, 가족주의 혹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등을 다룬 한국 드라마의 내용이 베트남 정서에 부합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 등등...

그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베트남 땅값, 집값에 관한 이야기였다. 호치민 시내의 경우 땅값은 무려 평당 2,400만원이며 비싼 곳은 5,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아파트의 경우 외국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평당 300만원이고 현지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평당 200만원 정도란다. 가령 베트남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15평~19평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약 3만불 정도를 줘야 하고, 상류층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24평~28평 아파트를 사려면 8~9만불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아파트의 질은 한국을 100으로 할 때 40정도 밖에 되지 않게 때문에 ‘결국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집값이 비슷하다’는 게 가이드의 결론이었다. 가이드는 현지에서 건축업을 겸하고 있어 설득력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는 베트남에서 싼 것은 오직 인건비와 쌀값, 길거리 음식뿐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덧붙였다.







미토 선착장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 30분 경, 보트를 타고 흙탕물처럼 누런 메콩강을 가로질러 토이손(일명 ‘유니콘’) 섬으로 향했다. 강가에는 많은 양식장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섬에 도착한 우리는 한 상 가득 차려진 열대과일을 맛본 후, 열대과일로 만드는 전통 엿 제조과정도 지켜보고, 까페에 들러 전통음악에도 취해보았다. 드디어 섬 안에 끝없이 연결되어 있는 수로를 따라 본격적인 크루즈가 시작됐다. 그런데 갑자기 웬 빗줄기람... 하지만 걱정 뚝! 우비를 걸친 뒤 도롱이를 쓰자 완벽한 방어자세가 구축되었다. 수로 양 옆은 진흙 속에 자라는 물야자나무들이 담벼락처럼 늘어서 있었는데, 이 물야자나무는 진흙을 빨아들이는 특성을 가진 매우 유용한 나무란다. 10여분간의 크루즈를 마친 후 다시 보트를 타고 미토 선착장으로 도착하니 2시 20분. 현지 특산 요리인 ‘코끼리 귀 생선’을 야채와 함께 쌀종이에 싸 먹고 나니 어느새 오후 3시 30분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빈짱사원을 잠시 들러 호치민에 도착하니 5시 30분이 다 되었다. 개별 일정을 가졌던 일행 2명과 호텔에서 합류하여 발마사지를 받은 후 사이공 강 유람선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니 밤 10시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이대로 잠자리에 들기엔 너무 아쉬워 우리 일행은 밤 나들이를 하기로 했고, 벤탄시장 옆 길거리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안주와 사이공 비어를 곁들여 1시간 가량 수다를 떨다가 피곤에 지친 여자들은 이내 호텔로 들어갔고, 나와 허성환 팀장만이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닿은 곳이 또다시 사이공 강가. 선착장에는 강 건너편을 오가는 선박을 기다리는 오토바이족들이 가득했다. 재미있게도 이 배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 4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 피곤에 지친 허 팀장과 나는 결국 걷기를 포기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셋째날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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