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아침 6시 10분, 공항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가는구나! 근데 왜 이리 졸리냐, 음냐 음냐...’ 그러다 안내방송에 놀라 눈을 떠보니 벌써 인천공항이었다. 7시 30분! 그래도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공항에는 출국하려는 사람들로 꽤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모두 왔을까?’ 2층에 내려가 잠시 인터넷에 접속해 약속장소를 확인한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왜 아무도 안 보이지? 내가 제일 먼저 왔나’ 두리번거리는데 제주도 윤명희 간사님이 뒤에서 툭 친다. 새벽 5시에 도착했단다. 잠시 후 김지혜 과장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계셨어요?” 6시 30분에 오신 과장님은 천안의 여경순 선생님, 인천의 정찬향 간사님과 함께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잠시 뒤 도착한 서울 허성환 팀장님 덕분에 꼴찌 도착만 간신히 면한 나. ‘역시 우리 팀은 부지런해...’

그 순간 비보가 전해졌다. 정찬향 간사님이 급작스런 사정으로 못 가시게 됐다는 것! 며칠 전 나주 오수진 선생님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같이 못 가시게 되어 아쉬웠던 터에 정찬향 간사님까지 못 가시게 되다니, 으...! 막강 팀파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우리 팀원들은 슬픈 마음으로 정 간사님을 배웅한 후, 수속대에 줄을 섰다. 그 순간 또 다른 비보가 보였다. 수속대 위에 걸려진 안내장! “10시 25분 비행기가 항공기 접속관계로 오후 4시 50분으로 연기되었습니다” 헉, 그건 우리 비행기였다. 뜨아, 작년 연수팀도 10시간인가 기다렸다더니 올해도...! 어쩌랴?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결심한 우리 팀. 밥도 느긋하게 커피도 느긋하게 이야기도 느긋하게 화장실도 느긋하게...

그렇게 6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호치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먼저 시계를 2시간 앞당겨놓았다. 호치민까지는 약 5시간! 시간 때우는 데 제일 좋은 건 역시 수다 아닐까? 옆에 앉은 허성환 팀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호치민이다.

왠지 딱딱할 것 같던 입국심사는 예상과는 달리 부드럽게 진행되었고,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 나오자, 호치민의 후덥지근하고 습한 바람이 온 몸을 파고들었다. 베트남에 왔음을 실감케 하는 바람이었다. 우리 일행은 마중 나온 한국인 가이드에게 도착기념 촬영을 부탁했다. 현지시각 저녁 8시 41분이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신호등도 없는 복잡한 거리에 서로 뒤엉킬만도 하건만 그 좁은 틈새를 능숙하게 쏙쏙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들의 모습이 신기에 가까웠다. 남녀노소 모두 오토바이를 타는 데는 한 마디로 ‘도사’들이었다. 그러나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엄청나다고 한다. 1달에 약 1,2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데 그 중 98%가 오토바이 사고라고 한다. 저녁식사는 한정식! 여기까지 와서 한정식을 먹으려니 슬그머니 짜증이 났다. 식사를 대충 해치우고 식당 앞 작은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젊은 친구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스무명 남짓한 남녀가 둘러앉아 떠들고 있기도 했고, 여자친구들끼리 혹은 남자친구들끼리 바람 쐬러 나온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오토바이에 기대앉아 대담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드문 현상이지만 여기서는 매우 일반적이란다. 한편 길가에는 바람 쐬러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 국수나 음료수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무척 많았다. 국수를 먹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다가가 “또이 춥 헌 반 늑 껌(사진 찍어도 될까요)?” 하고 말을 건네자,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 한 명이 괜찮다는 손짓을 보낸다. 찰칵! 수줍은 베트남 처녀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까믄(고맙습니다) 담비엣(또 만나요)”





숙소로 향하는 길!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거리에 넘쳐나는 오토바이 행렬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 늦은 시간에 웬 오토바이들이 저리 많으냐?”고 가이드에게 묻자 “주거시설이 낙후해 덥고 좁은 방에 있기보다 늦은 밤까지 바람 쐬러 나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호치민에 등록된 인구는 약 500만, 그러나 등록하지 않고 거주하는 이들까지 합하면 약 800만에서 1,000만명에 이르는데, 호치민 주택시설 수용가능인원은 약 400만명이기 때문에 나머지는 비좁은 하꼬방살이를 할 수밖에 없으며 기껏해야 잠만 자는 수준이라는 설명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오토바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비켜나가고 있었다. 더위와 비좁음을 피하기 위해 밤거리를 달리는 이들! 그들은 그렇게 달리면서 가난과 더위를 극복해내고 있었고, 그것이 하나의 독특한 여가문화(?)로 자리잡은 듯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 10분경, 호텔 여직원이 우리 일행에게 음료수를 가져다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투숙객의 여권을 모두 프론트에서 맡아 보관한다는 것. 의아했다. 한 호텔에 며칠 머물 경우 신분증도 없이 돌아다니란 말인가? 연유야 어찌되었건 기분 좋은 일은 결코 아니었다. 여권과 등록증을 대부분 회사에 압류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외국인노동자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되었다나 할까...

이국에서의 첫날 밤! 대충 샤워를 마친 후 피곤한 몸을 뉘었지만 낯설어서였을까? 이런저런 잡념에 잠이 잘 오지 않았고, 자는 둥 마는 둥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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