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통식(물론 간단하게 약식으로 만든)과 양식의 조화로운 식단으로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호텔을 나왔다.

 날씨가 한국의 한 여름 오전과 비슷하여 덥기 일보 직전의 날씨라고나 할까. 암튼 11월의 날씨는 전혀 아니다. 누가 그랬던가 긴팔을 준비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여전히 긴팔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일정상 우체국으로 향하였지만 효율적인 탐방을 위해 시청과 시청앞 광장을 먼저 관광, 한국의 광화문 앞거리를 연상하면 될 듯 하지만, 규모는 물론 작다. 시청앞 광장 주변을 돌아보다가 서점을 발견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친구에게 줄 음악 CD와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보여줄 최신 영화 DVD를 구입하기 위해 서점으로 들어갔다. 점원과 한참동안 이것저것 물어보며 몇 장의 CD, DVD를 구입하였다.

 호텔문제로 오늘도 일정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지만 어쨌건 중앙우체국, 노틀담 성당 앞 성모마리아상을 재빨리 돌아보고 오전 일정을 마쳤다.

일정을 위해 가이드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베트남 문화에 관해 전해 듣는 시간이다. 궁금한 것도 많고, 책을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베트남에 살면서 체험하고 현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몸소 느끼는 소중한 것들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베트남 현지에서는 3D 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건 힘든 일 보다는 편한 일을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베트남 현지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특징은 인력개발에는 인색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의 단기적 안목과 관점에서 나올 법한 것들에만 집중을 한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더욱이 베트남 인들의 정서가 한국인들의 정서와 매우 흡사하기에 오히려 다른 해외투자 기업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출발을 할 수 있을 듯 한데도 말이다. 베트남 현지 한국 투자 기업 ASTRO LIMITED라는 공장에 방문하여 현재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듣고 간단히 내린 결론이라 섣부른 판단일까 조심스럽다.

 공장 방문 후 전쟁기념관에 도착했다. 처참했던 전쟁의 잔해들이 사진을 비롯한 역사의 유물로 남아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월남전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생각해 온 월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의 희생이었지만 그 반대편 상황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있게 보지 못했던 내 자신을 본다. 물론 전쟁이라는 것이 그렇듯 이성이 개입되지 못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경우가 흔한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눈으로 직접 본 희생은 훨씬 더 비참하고 절망적이었다. 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에 대한 희생은 항상, 반드시 억울하게 죽어가는 우리의 힘없는 서민의 몫이라는 것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 가득 안고 전쟁기념관을 나선다.

 벤탄시장의 모습은 우리나라 시장들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구조도 그렇고 흥정하는 것들도 그렇고, 다시 사람 사는 냄새를 맡으며 호치민의 밤거리를 구경하고 저녁 식사는 베트남 호치민 대학 강단에 계신 교수님과 함께 했다. 현지 음식에 현지 음료를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나도 베트남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생각에서지만 지금 만큼은 이 베트남이 너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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