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2일 비
아름다움 뒤의 그늘
꿈을 꾸다 눈을 든 시간은 새벽 5시...한국에서 나의 새벽 5시는 아직 잠이 한참인 시간인데 베트남에 와서는 자연스레 새벽에 눈을 뜨게 된다. 평소 같았으면 부족한 잠 때문에 피곤함을 견디지 못했을 텐데... 여행 6일이 지나고 있음에도 아직 별 이상이 없다. 열대지방이 체질에 맞는 걸까?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창가에 서서 내려다본 하롱베이는 마치 거대한 산맥이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고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물살을 가르며 지나는 몇 척의 작은 배가 한데 어울어져 한 폭의 거대한 동양화를 감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게 했다. 베트남에 온 후 줄곧 마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주변에 펼쳐지는 풍광보다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보고자 애를 썼는데 오늘만은 신비스런 동양화 속에 빠져 있는 그대로의 경치에 취해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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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을 태운 배는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수많은 섬들이 제각기 멋을 부리며 장관을 이루는 하롱베이의 유유히 지나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고 할만하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사이사이로 해물을 파는 뗏목 어부가족들의 무거운 삶이 보인다. 예전에는 그런대로 고기가 많이 잡혀서 어부들의 생활도 괜찮았는데 언젠가부터 물고기도 줄어들고 생활여건도 도시에 비해 형편없이 어렵게 되면서 많은 어부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도시로 나가고 지금은 도시로 갈 수 없었던 사람들만이 관광객을 상대로 고기를 팔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혹시 좀 사는 나라에서 와서 돈쓸 곳을 찾는 그런 관광객에 불과하지는 않을까?
물결 헤치고 나가는 유람선의 물 일렁이는 소리가 어우러진 울림과 고요함....
바다를 다라 펼쳐진 기괴한 수백 개의 섬...
눈부신 태양아래 자아내는 초록바다...
그리고 우리의 따듯한 가슴들...
모든 것이 어우러져 다른 사람들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동양화 같은 경치에 취해 그 그림속의 일부가 되어보고 싶었던 마음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땟목에서 산 해물로 한상 가득 차려놓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함께 온 일행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꾸만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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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안고 한국에 시집 왔다 이혼녀가 되어 하루 15시간 공장에서 재봉질을 하며 딸을 키우고 사는 언니 소식을 만나러 온 느구엔, 바쁜 일정의 여독을 풀 요량으로 찾은 마사지 샾에서 발마사지를 해준 여종업원들, 엄청난 규모의 인공해변을 만들어 놓고 별장을 지었다는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해물을 팔기위해 유람선을 향해 손짓을 하는 하롱베이 어부들이 짓는 표정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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