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1.10(금)   <융언니네 집 '하이퐁'에서>


오늘은 하롱베이 투어를 하기전에,

하이퐁시에 있는 B언니 친정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는 4시간이 걸린단다.


B언니는 센터에서 만나 알게 되어 서로 언니동생하는 사이이다.  이번 베트남연수를 신청하게 한 동기도 그 언니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B언니의 한국 가정생활은 원만하지 않다.

무관심한 남편의 마음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민들레같은 언니이다.

여린 것 같으나, 강인한 정신세계를 가진 언니를 나는 존경한다.

그 언니의 집이 하이퐁시에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 가져온 전기장판 2개와 돈500달러, 가족에게 주는 선물을 빨리 건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홀가분한 생각이 든다.


마중나온 자그만 체구에 인자한 웃음을 띠는 친오빠의 모습을 보니 B언니 닮았다.  

이쪽 가족들도 한국에서 손님들이 온다고 온 가족이 다나왔나보다. 아버지, 언니들, 조카들, 형부, 올케.......

서로 소개를 다 하고 숫자를 세어보니 10명은 족히 넘는다.


우리 일행들과 마주대한 가족들.

지난 번 추석행사때 찍은 B의 한복입은 사진을 보니 예쁘다고 좋

아한다. B의 아버지는 나에게 한국에서의 B의 생활을 물어보며 뚫어지게 나를 쳐다봤다.


 '내 사위는 성격이 어떠며, 딸에게 잘 해줍니까?'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에 답답증이 확 올라왔다.  

그 질문의 대답 대신 지난 번 한국어시험에서 제일 실력이 좋았다는 얘기를 하며 B를 칭찬하였다.


선물을 풀어 나눠주니, 가족들이 B에게 갖다주라며 온갖 물건을 바리바리 싸주는데 두보따리다. 

우리 일행에겐 모자와 액자를 선물로 주며 꼭 가져가란다.....

친척집에 잠깐 놀러왔다가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 일행에게 내 온 스프링롤과 과일이 굉장히 맛있었다.

점심 대접을 하려고 그랬단다.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미리 가족들에게 점심먹고 간다고 말해두었던 것이다.


점심을 그렇게 많이 먹었어도 가족들이 준비한 것은 거절할 수 없어서 목에 음식이 꽉 찰 정도로 먹었다. 

베트남 가정집에서 만드는 스프링롤이 제일 맛있다며 가이드는 너스레를 떨며 가족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든다.


덩라이에 시골 가정에 갔던 경험과 달리,

이퐁시의 B언니의 가정은  다른 색깔의 베트남 가정을 맛보는 것 같다. 비디오카메라로 B언니의 가족들 이야기를 담아내는 허선생님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올케와 언니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카메라를 보며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지만, 감정이입이 되어 나도 눈물이 핑돈다.


B언니가 한국에서 남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더라면,

내 눈에 눈물보다는 기쁨이 있을것이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조금 넘은 B가 한국에서 문화차이와 부부갈등이라는 이중고로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을 가족들이 알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져온다.

그래서 서둘러 나오고 싶었다.

더 있으면 내가 위선자인 거 같아 힘들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행들과 나오려는 나에게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하롱베이로 갔다가 다시 한번 하이퐁을 방문해주기 바랬지만,

마음에 짐이 있는 나로서는 방문하기가 힘들 것 같아 죄송하지만 일정이 빡빡해서 못오겠다는 말을 전하였다.


B를 닮은 친언니와 부둥켜안고 잘 지내라고 하며 마지막 인사를 하니, 가슴에 뭉쿨한 게 올라온다.

이렇게 B언니는 한국으로 들어왔겠지....

정많은 가족들과 30여년을 살아온 익숙한 고향을 등지고.


배웅나온 가족들에게 여러번 인사하고 땀박거리로 갔다.

그곳으로 가면 마음이 시원해지려나....

쇼핑을 한다는 핑계였지만 짧은 만남뒤에 오는 이별의 여운을 잊으려고 많이 걸었다.


하이퐁은 항구도시이다.

조선업과 해양 기반산업, 건설용 자재 등이 발달한 곳이다.

하이퐁으로 들어오는 곳곳에 큰 배들도 보이고, 거리 곳곳엔 배와 건설관련 부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다.

시장안에서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온갖 물건을 팔고 있으니 항구도시 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시골 오일장에 온 듯하여 이곳이 한국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B언니로 인해 들리게 된 하이퐁시.

뚜렷하게 내세울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롱베이를 지나가는 통로로의 역할만 하는 곳이 될 뻔했지만, 내게는 B의 가족들과 만났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의미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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