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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1/15 미디어 속 직업 - "라디오 PD" -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지현우
요즘 장사가 안 된다는 시트콤, 그러나 공중파 3사들을 술렁이게 만든 시트콤이 있었으니 그 이름 <올드미스다이어리>(KBS)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저녁 9시 반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시트콤은 서른 한 살의 미자, 지영, 윤아가 그 주인공이다. ‘올드미스’인 이들은 기존의 시트콤에서처럼 코미디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삼순이’처럼 능청스럽고 ‘금순이’처럼 진솔하게 삶에 기반한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극 중 ‘올드미스’가 아닌 그 상대역으로 드림플래시 에디터의 눈에 들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3살 연상의 주인공 미자를 사랑하는 지PD다. 지PD역의 지현우는 신예 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대한민국 누나들의 사랑을 받아 ‘누나본능’이라는 팬클럽까지 갖기에 이르렀다. 데뷔한지 얼마 안된 신예 연기자가 꽤나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라디오 PD’라는 극중 직업도 단단히 한몫 했다. 그는 성우인 미자, 엔지니어인 지영과 함께 일하는 라디오 PD로서 젊고 유능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지PD가 시트콤과 이름을 같이하는 심야 프로그램 <올드미스다이어리>를 연출하는 모습은,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들로부터 ‘지PD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포털 사이트에 띄우고 있는데...

발로 띄는 드림플래시 에디터, MBC에서 <잠깐만~> 캠페인을 맡고 있는 김정관 라디오 PD를 만나 ‘진짜’ 라디오 PD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보았다.

 
지PD의 극중 나이는 스물 여덟. 여자친구인 미자씨가 서른 한 살이어서 그런지 더욱 젊고 유능한 남자친구로 비춰지곤 한다. 스물여덟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라디오 드라마와 심야 프로그램 <올드미스다이어리>의 메인 PD를 맡고 있는 지PD. 과연 스물 여덟에 PD가 가능하기는 한 걸까?

일반적인 대한민국 남성은 스물넷 혹은 스물 여섯(군대제대 후)에 대학을 졸업하게 되어 있다. MBC나 KBS의 경우는 반드시 3년 정도의 AD(조연출)생활을 하게 되어 있고, ‘불교 방송’이나 ‘기독교 방송’처럼 작은 방송국이나 SBS의 경우엔 좀 더 빨리 PD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가 라디오 PD에 뜻을 두고 낙방 없이 방송국에 입사하게 되었다고 치면, 정답은 가능하다는 말씀! 그러나 여전히 스물 여덟에 두 프로그램의 전담 PD가 된다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는 비현실적일 만큼 유능한 인물이었으리라고 짐작해본다.

한편 지PD는 소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성격’으로 비춰지곤 한다. 극중 함께 일하는 성우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해도 집에 보내주지 않고 끝까지 일을 시켜 네티즌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는데… 물론 라디오 PD의 성격을 일관된 하나로 그려낼 수는 없다.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사람은 집에 보내주지 않을 것이며, 흐르는 듯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집에 보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관 PD는 라디오 PD라는 직업이 5명 내외의 사람들과 가족같이 끈끈하게 일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팀웍(teamwork)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직업적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에서도 원만한 성격을 가졌다면 유리한 점이 있을 수 있겠다.

 
직장 동료인 지PD와 미자는 몰래 연애를 한다. 미자의 친구 지영이 라디오 엔지니어로 함께 일하지만 둘은 아랑곳 않는 기색이다. 지PD는 업무 중에 몰래 빠져 나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미자와 출퇴근을 함께 하기도 한다. 직장 동료와의 로맨스, 가능한 일일까? 실제 이런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가족보다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가에는 DJ와 방송작가, 작가와 PD 혹은 DJ와 PD가 인연이 닿아 결혼까지 하게 된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지PD의 하루 일과를 상상하며 로맨스에 필수인 데이트 시간을 산출해 보자. 심야 프로그램 <올드미스다이어리>는 자정부터 2시간 동안 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새벽 2시부터 거꾸로 9시간을 뺀다. 즉 오후 5시부터 출근하여 9시간 동안 근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출근을 해 각종 회사 업무를 본 후, 6~7시쯤 출근하는 작가들과 만난다. 당일 방송에 내보낼 내용에 관한 회의를 한 뒤, 본격적으로 방송을 준비한다. 퀴즈가 나갈 예정이면 예상 질문을 뽑아놓고, 음악도 믹싱해 둔다. 못 다한 편집이나 출연자섭외를 하기도 한다. MBC 김정관 PD는 음악 선곡을 위해 하루에도 수백곡의 음악을 검색해야 하는가 하면, 애청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등 우리가 생각 못한 잡다한 업무가 정말 많다고 한다. 때문에 근무시간 도중에 데이트를 하는 것은 매우 눈치 보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PD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한번 살펴보자. 지PD는 별로 인기가 없어 보이는 라디오 드라마 한편과 심야 프로그램 <올드미스다이어리>를 맡고 있다.

청취율이나 광고수익을 따져볼 때 라디오 드라마는 더 이상 국내 라디오에서 인기 있는 소재가 아니다. 이유는 제작비 때문이다. 일당 십만원이 넘는 성우를 여러 명 써야 하고, 음악, 음향 효과를 위한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는데 청취율은 그만큼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라디오 드라마는 방송사마다 한 두 개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심야 프로그램 <올드미스다이어리>의 DJ는 미자다. 이처럼 성우가 DJ를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한편 2004년 11월 시트콤의 출발과 함께 지PD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근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간과 극중 시간이 동일하게 흐른다면 시트콤 속 <올드미스다이어리>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개편을 무난히 넘긴 셈이다. 그러나 유유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라디오 방송국의 현실은 냉정하다. 투자에 비해 청취율이 높지 않은 프로그램은 쉽게 폐지되거나 작가, DJ, PD가 교체되곤 한다. 소위 말하는 ‘대박’도 없었고 꾸준한 호응도 찾기 힘들었던 지PD의 프로그램들, 현실에서는 위험하다.

물론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의 주인공은 세 올드미스들이다. 특히 무명 성우로 출연하는 미자는 꿈 많았던 입사 초기와 성인 핸드폰 벨소리를 녹음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비교하며 소주잔을 기울인다. 함께 입사했던 여성 동기들은 모두 시집을 가거나 꿈을 접었고 남은 것은 자신 뿐. 외롭고 치열한 직장 생활 속에서 미자가 느끼는 고뇌는 오직 그녀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한편 지PD의 속내는 1인칭 주인공 시점 혹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 된다. 올드미스가 아니기 때문에 독백이 적은 편이다. 여기에서 그가 보여주는 직업인으로서의 면모는 굉장히 ‘나이스’하다. 맡은 바 일에 충실하고 능력도 갖춘 매력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 라디오 PD로서의 삶은 고달플 것이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개편, 입사 초기에는 친구들보다 많았던 초봉이 점점 격차가 줄어들고, 반짝 아이디어가 없이는 밀려나기 일쑤다. 빛 고운 타이와 쿨한 정장 너머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부스스한 지PD의 모습을 보고 싶다.